<정이> 가장 한국적인 SF영화
한국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과 초자연적 공포 시리즈 '지옥'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연상호 감독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와 파격적인 이야기를 담아냈으며 <정이>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SF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들어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희소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며 치밀하고 복잡한 서사가 아닌 단순한 흐름을 가진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AI 용병 '정이' 그리고 딸 '서현'과의 모성애
2194년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폐허가 된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는 인류가 우주에 건설한 '쉘터'라는 곳으로 이주하여 살게 됩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수십 년째 끊임없는 내전이 일어나게 되고 윤정이는 수많은 작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결국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되고 맙니다. 사람들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연구하여 복제해 최고의 전투용병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정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뇌 복제 및 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팀장 윤서현은 전설의 용병 인간 윤정이의 딸이기도 합니다. 복제된 인공지능 용병의 반복된 시뮬레이션 속에서도 윤서현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철저하게 인간 윤정이와 분류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그러던 중 인공지능 정이의 뇌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고 그 부분을 연구하던 중 프로젝트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게 됩니다. 돈이 되는 AI 로봇을 만들기를 원했기에 서현은 정이 프로젝트를 완전히 폐기하기로 마음을 먹고 AI 정이에게 곧 죽게 됨을 알립니다. 그러자 정이는 작전에 실패하여 식물인간이 되기 전의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얘기하며 딸의 암 수술 성공 여부를 묻게 되고 서현은 사실 암이 전이되어 시한부인 상황이었으나 수술이 잘 되었다며 거짓말을 합니다. 여기서 뜨거운 모성애를 느끼며 소리 내지 못하고 오열하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시 한번 강수연의 내면 연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현은 AI 정이를 탈출시키기로 합니다.
한국 영화 원조 월드 스타 강수연의 유작
한국 영화를 가장 먼저 세계에 알렸던 원조 월드 스타 강수연은 4살에 길거리 캐스팅이 되어 드라마에 출연했다고 하나 1976년 10살에 영화 '핏줄'로 공식 데뷔합니다. 이때부터 아역으로 명성을 떨치며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 줬다고 합니다. 1987년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에서 조선시대 여인의 잔혹한 인생을 담아낸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개봉된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는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받은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는 비구니 역할을 맡아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삭발까지 감행했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영화에 출연해 일평생 배우로 살며 한국의 대중문화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5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집행 위원장을 맡으며 문화행정가로도 활동했습니다. 이후 넷플릭스 영화<정이>는 강수연의 첫 SF(공상과학)작품이자 안타깝게도 마지막 작품이 되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이 있었기에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고 이 영화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강수연은 2013년 '주리'라는 단편영화에 출연한 이후 9년 만의 복귀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촬영을 마치고 공개만을 남겨 둔 시기에 강수연의 사망 비보를 전해 듣고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분'이라며 '선배님과 함께한 지난 1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애도하기도 했습니다. 강수연은 정말 영화 현장에서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고 여러 모임을 주선할 정도로 후배 배우들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배우 김현주는 너 하늘 같은 선배이기에 강수연과 연기를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지만 너무 반갑게 인사해 주고 정도 많으시고 현장에서는 선배님이나 어른 이런 것이 아니고 그냥 동료였으며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이 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상훈 역의 류경수는 강수연과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으며 강수연과 연기할 수 있었던 건 본인 인생에 최고의 영광이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스토리가 탄탄하지 못하고 강수연의 유작인 만큼 더 깊이 있는 연기를 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김현주의 액션신은 제법 볼 만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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